목련 목 련 김 동 준 추웁고 긴 밤 잠만 잔 것이 아니었어 몰래 아무도 몰래 숨소리 죽여가며 그 짓을 하였나 봐 숨기려 해도 하루가 다르게 점 점 불러오는 새악시의 하얀 배 김동준 시집 2010.04.01
바라밀 산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산에 오를 때마다 신체 일부를 뚝 뚝 잘라 산에 묻고 하산 하였다 마지막으로 머리마저 떼어 놓던 날 산이 말했다 "진정 산이 되고 싶다면 육신이 묻힌 산을 허공에 뿌려라" 김동준 시집 2009.12.15
지리산 지리산은 문명의 제국주의에 지배 당한 외경심 잃은 식민지 국왕 수탈을 가속화하기 위한 문명은 재생의 한계 넘은 악성 종양처럼 고샅 고샅 퍼져 가고 제국주의의 동화 정책으로 정복자와 간음하여 태어난 문명의 사생아들이 득실거리는 지리산 독립선언을 하자 계곡을 잇는 다리라도 능선에 세워.. 김동준 시집 2009.07.17
껍질 벗기 얼마나 벗겨야 시원의 말간 모습 나타날까 험한 준령 넘나들 때마다 뻘 밭 구덩이 물처럼 퍼낸 듯 바로 솟구치는 욕망의 껍질을 한 꺼풀씩 벗겨 보지만 벗겨진 나와 벗겨지지 않은 내가 양파처럼 구별 없는 절망을 얼마나 느껴야 시원의 말간 모습 나타날까 김동준 시집 2009.07.17
대청봉 일출 구름바다 위 떠오른 섬 성큼성큼 아귀 트는 햇살 따라 산맥으로 이어져 내륙 향해 내려닫고 동살 가시면 완연하게 드러내는 날 세운 시퍼런 칼날 김동준 시집 2009.03.04
산 투정 설악산을 오르고 온 날이면 산 투정을 한다 날마다 정겹게 오르던 올망졸망한 산들이 골짜기마다 봉우리마다 흠 잡을 데 없이 빼어난 설악산 오르고 온 날이면 잘 다듬어진 우람한 육체들 속에 빈약한 알몸 드러낸 내 모습 같아 설악산 오르고 온 날이면 어김없이 산투정 한다 예쁜 옷 입은 짝을 시샘.. 김동준 시집 2009.02.15
줄기사랑 비워도 늘 넉넉한사랑 안으로 추스르며 굽이굽이 넘는 아득한 능선길 잘 다듬어진 제도 속으로 이어지는 샛길의 유혹도 일상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볼 때처럼 무미하게 길들여져 가는 안락함도 지우고 몸짓으로 넘어온 산줄기 아래 칡녕쿨 갈아 엎은 박토에 핀 하얀 깨꽃 꽃향기보다 더 진한 향기 .. 김동준 시집 2009.02.15
사월의 연극 저마다 분장을 하고 있었다 울긋불긋 기백산,황석산 줄기가 에돌아 만나는 옥쇄처럼 숨겨진 큰 목재 꽃과 나무들은 주어진 역에 한마디 불평 없이 공들여 분장을 하고 있었다 연출자가 따로 없이 주연 조연아 따로 없이 자연의 배우들이 총출연하는 사월의 연극은 이미 감동의 무대를 예고하고 있었.. 김동준 시집 2009.02.12
제석봉 고사목 신이 감겨준 생명의 태엽 다 풀어지고 나면 바람 앞에서도 구름 속에서도 이토록 무심해지는 것일까 억척스레 뻗고, 메달리며 흐름에 동승해야 실체라 믿었던 변계 잘라내고 남은 고사목은 본래 흙이었지 태양이었고 우주였지 그 먼 무명으로 돌아가기 위해 가부좌 틀고 앉은 재석봉 고사목 김동준 시집 2009.02.11
심안 소망했던 향적봉 일출 보지 못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남덕유산 향해 힘겨운 줄기산행 중 지상이며 하늘이며 무감각 했던 자연의 색깔이 허공과 대비되어 신기하게 눈에 들어오고 내 작은 가슴에 숨어 있다 솟구친 드높은 산 위로 시뻘건 햇덩어리 불쑥 솟아 올랐다 굽이굽이 순례하듯 천리를 넘어온 .. 김동준 시집 2009.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