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했던 향적봉 일출 보지 못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남덕유산 향해
힘겨운 줄기산행 중
지상이며 하늘이며
무감각 했던 자연의 색깔이
허공과 대비되어
신기하게 눈에 들어오고
내 작은 가슴에 숨어 있다 솟구친
드높은 산 위로
시뻘건 햇덩어리 불쑥 솟아 올랐다
굽이굽이
순례하듯 천리를 넘어온 줄기 산행은
탁해진 영혼을 비우고 닦아
만물을 창조한
창조자의 눈을 닮아가는 것일까
삼대가 적선해야
향적봉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볼 수 있다는 것일까
돌아오는 길
기사화된 실직 가장의 죽음을 읽으면서도
실성한 사람처럼 키득키득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