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준 시집

부박령

하하하 2009. 2. 9. 12:01

 

이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무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도

짐승들의 뒤척임도

낮에 엄불렸던 친근한 대상들이

인적이 끊긴 어스레한 부박령을 넘어서면서

공포 영화의 효과음처럼

섬뜻하게 다가와 뒷덜미를 낚아채는

이 두려움은

밝음에 길들여진 두려움일까

동화될 수 없는 대상 속에 홀로 있는

원죄적 두려움일까

진시왕의 병마총은,

쿠푸왕의 피라밋은

이 두려움을 이겨 보려는

절대자의 광폭한 몸부림이었을까

실존을 뛰어넘어 보려는

무모한 몸부림이었을까

우주 저 너머의 또 다른 세상처럼

실재하리라 믿는

그러나 보이지 않는 세상은

두려움에 부풀려진 그들의 무력처럼

허망한 것일까

이슥한 산정은

내 시원을 비춰볼 수 있는

또 다른 우주였을까

 

                                              *부박령-가야산에서 수도산으로 이어지는 첫 번째 령.

'김동준 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석봉 고사목  (0) 2009.02.11
심안  (0) 2009.02.09
멸입의 웅덩이  (0) 2009.02.09
동 틀 부렵  (0) 2009.02.09
입산 허가증  (0) 2009.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