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준 시집

멸입의 웅덩이

하하하 2009. 2. 9. 13:19

 

 

 

각호산을 내려오다

빗물로 우연히 생긴 웅덩이 안에

존재의 작은 불씨 지피며

곰실곰실 모여 있는 올챙이들을 보았다

웅덩이의 물은 거의 말라가고

변태 되기 전 비가 오지 않는다면

올챙이들은

물과 함께 증발 되겠지

죽음은 죽음에 직면해야

초월할 수 있는 것인가

죽음으로부터 유일한 출구는

흙에 생명 부여하고

자연의 순환 속에 나를 묻는 것인가

지금껏 보고 있었던 것은

죽음을 의식하지 못한

갓 부화된 올챙이들이 아니었다

이슬로 이룬 멸입의 웅덩이 안에 갇혀

갈 곳이 어디인지 모를

불안감에 떨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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