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호산을 내려오다
빗물로 우연히 생긴 웅덩이 안에
존재의 작은 불씨 지피며
곰실곰실 모여 있는 올챙이들을 보았다
웅덩이의 물은 거의 말라가고
변태 되기 전 비가 오지 않는다면
올챙이들은
물과 함께 증발 되겠지
죽음은 죽음에 직면해야
초월할 수 있는 것인가
죽음으로부터 유일한 출구는
흙에 생명 부여하고
자연의 순환 속에 나를 묻는 것인가
지금껏 보고 있었던 것은
죽음을 의식하지 못한
갓 부화된 올챙이들이 아니었다
이슬로 이룬 멸입의 웅덩이 안에 갇혀
갈 곳이 어디인지 모를
불안감에 떨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