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무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도
짐승들의 뒤척임도
낮에 엄불렸던 친근한 대상들이
인적이 끊긴 어스레한 부박령을 넘어서면서
공포 영화의 효과음처럼
섬뜻하게 다가와 뒷덜미를 낚아채는
이 두려움은
밝음에 길들여진 두려움일까
동화될 수 없는 대상 속에 홀로 있는
원죄적 두려움일까
진시왕의 병마총은,
쿠푸왕의 피라밋은
이 두려움을 이겨 보려는
절대자의 광폭한 몸부림이었을까
실존을 뛰어넘어 보려는
무모한 몸부림이었을까
우주 저 너머의 또 다른 세상처럼
실재하리라 믿는
그러나 보이지 않는 세상은
두려움에 부풀려진 그들의 무력처럼
허망한 것일까
이슥한 산정은
내 시원을 비춰볼 수 있는
또 다른 우주였을까
*부박령-가야산에서 수도산으로 이어지는 첫 번째 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