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정보

[스크랩] 조선일보 매거진 [월간 산 477호] 2009.07

하하하 2009. 7. 21. 22:53

     [등산학교 명강사의 족집게 강좌] 트레킹 - 윤치술

        “보폭과 속도를 줄여 낮은 데로 임하소서” 걷기, 스틱쓰기, 배낭 메기 삼박자가 맞아야

 

국내 유명 등산학교에는 부문별로 뛰어난 강사들이 있다. 이들의 강좌 내용을 낱낱이 소개하는 새 연재 ‘등산학교 명강사의 족집게 강좌’를 기획했다. 그 첫 회로 걷기 명강사 윤치술씨의 트레킹 강좌를 소개한다. 윤치술씨는 걷기, 배낭 메기, 산행 복장, 음식, 스틱 사용법 등 기본 바로잡기에 앞장서고 있는 대한산악연맹 ‘찾아가는 트레킹스쿨’의 스쿨장이다.<편집자>

▲ 보행법에 대해 설명하는 ‘찾아가는 트레킹스쿨’의 윤치술 스쿨장.

>> 걷기의 세 가지 원칙을 명심하라

걷기의 세 가지 원칙은 첫째 ‘보폭을 줄인다’, 둘째 ‘속도를 줄인다’, 셋째 ‘낮은 데를 밟아라’이다. ‘줄이고 줄여 낮은 데로 임하소서’를 기억하라. 체력이 좋다고 무조건 산길을 잘 걸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행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산행에 필요한 기본 보행법과 호흡법을 익혀두면 체력 소모는 줄이고 훨씬 수월하고 가볍게 운행할 수 있다.

산길은 평지가 아니라 비탈이다. 따라서 평상시 보폭과 속도로 걸으면 체력 소모가 심하고 숨이 차게 마련이다. 따라서 산길을 오를 때는 평상시보다 보폭을 다소 좁히는 것이 좋다. 보폭을 좁혀 걸음수를 늘리면 경사각을 줄일 수 있고 체력 소모가 줄어들며 호흡 조절에 도움이 된다.

자신의 신체조건과 체력에 맞는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일행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체력에 맞지 않는 속도로 걷다 보면 쉽게 지치고 주변 경관에 눈 돌릴 여유를 갖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자신의 체력에 맞는 페이스를 되도록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르내림이 많은 산길을 걸을 때 충격이 집중되는 부위가 무릎이다. 특히 내리막길에서는 체중의 두 배에 달하는 충격이 무릎과 발목 관절에 가해지며 의지와 체력에 관계없이 중력에 의해 몸이 비탈 아래로 향하게 된다. 이때 무릎 부상 위험이 높아지는데 하산시 충격은 무릎은 물론 발목과 척추, 목 등으로 전해지며 심하면 두통이나 관절통이 따르기도 한다.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 휴식시간을 늘리는 게 좋다. 하산할 때는 산행이 끝났다는 성취감에 긴장을 늦추기 쉽고 다리가 풀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오를 때보다 다소 여유 있게 걷는 게 좋다. 또 등산화 끈을 꽉 조여 묶어 발끝이 앞으로 밀리지 않게 한다. 발끝은 땅을 더듬듯 낮추고 발바닥은 전체로 밟아 안정적으로 내려놓는다. 보폭은 짧게, 발은 천천히 끌 듯 옮겨야 한다. “보폭을 줄이고 자기 페이스를 찾아라. 누구를 쫓아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라.”


▲ 1. 스틱을 이용한 바른 하산법. 스틱을 먼저 짚어 무릎에 부하를 줄여준다.<모델 박은주 강사> 2. 잘 못된 하산법. 스틱을 활용하지 못해 무릎에 하중이 실렸다. 3. 하산길에서의 휴식자세. 진행 반대 방향으로 다리를 쭉 펴주면 근육이 이완된다.
>> 길을 읽어야 한다

평탄한 길에서는 보폭을 넓게 하고 호흡을 깊게 하는 것이 좋다. 평탄한 길을 걸을 때는 손을 자연스럽게 흔들어준다. 그래야 힘이 덜 든다. 그러다 비탈이 나오면 자동차 기어를 바꾸듯이 보폭을 줄이고 호흡을 조절해야 한다. 길을 읽으며 가야 한다. 헐떡거리게 되면 에너지 소모가 커지고 지치게 된다. 산에서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특히 40~50대 이상인 경우 회복이 더디기 때문에 과도하게 에너지를 쓰면 안 된다.

>> 오르막에서 쉴 때는 뒤를 보고 다리를 쭉 펴고 서라

오르막에서 잠시 쉴 때는 걸어온 뒤를 돌아보며 다리를 쭉 펴고 서서 쉬는 게 좋다. 진행 반대방향이라 근육도 이완되고 걸어온 곳을 되돌아볼 수 있어 심리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반대로 내리막에서는 오르막을 보며 다리를 쭉 뻗어 쉬면 근육이 이완된다.

가파른 암릉길이나 슬랩을 오를 때는 까치발을 들어 발바닥의 앞부분, 즉 발가락과 앞꿈치로 디뎌야 마찰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반대로 내리막길에서는 발바닥 전체로 디뎌야 마찰력이 높아진다.

암릉구간에서 보행시에는 앞 사람과 안전거리를 충분히 둬야 한다. 바위에 집중하다 앞사람의 스틱에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르막길에서 뒷발을 의식적으로 쭉 뻗으면 폭이 넓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 1. 사이드 스트립을 당겨 배낭이 처지지 않도록 한다. 2. 배낭을 벗을 때는 스트립을 위로 살짝 올려주면 된다. 3. 상단 스트립을 조여야 배낭의 무게 중심이 뒤로 넘어가는 걸 막고 어깨에 완전히 밀착시킬 수 있다.
>> 최소한의 것들로 깔끔하게 복장을 갖춰라

산행시에는 배낭을 메야 한다. 그래야 필요한 장비나 식량을 넣어 갈 수 있고 추락시 충격을 흡수할 수도 있고 겨울에는 체온 유지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배낭에 물건을 꾸릴 때는 가벼운 물건을 아래쪽에 넣고 무거운 것은 위쪽에 넣는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 지도·나침반·휴지·간식 등은 배낭 뚜껑이나 양쪽 주머니에 수납하면 편리하다. 배낭 밖에 컵이나 수통 등을 주렁주렁 매다는 것은 좋지 않다. 걸을 때마다 흔들리고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보행을 방해할 수 있다.

불필요한 복장은 다 벗는 게 좋다.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로 복장을 갖춰야 한다. 특히 여름철에 조끼나 스카프, 장갑은 몸의 체온을 높이는 역할을 하므로 벗어야 한다. 이를 모두 착용하고 걷는 것은 여름에 에어컨 없이 자동차 창문을 닫고 운행하는 것과 같다.

배낭은 엉덩이 아래로 처지게 하지 말 것. 배낭이 처지면 무게중심이 뒤로 가서 체력 소모량이 많다. 배낭은 엉덩이 위로 올려 매야 한다. 배낭에는 가슴 부위를 묶어주는 체스트 벨트와 허리를 묶는 웨이빙 벨트가 있다.

어깨에 걸친 배낭끈이 벌어지면 몸은 하중을 더 느낀다. 그러므로 조여 주는 것이 체력 소모를 줄이는 방법이다.

배낭이 처지면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무거운 배낭의 경우 웨이빙 벨트를 당겨준 다음 사이드 스트립(어깨끈)을 살짝 느슨하게 빼주면 무게가 골반으로 분산되며 하중을 덜어준다. 배낭 상단끈은 배낭 무게가 뒤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므로 팽팽히 당기는 게 좋다.

배낭의 지퍼는 10시나 2시 방향으로 닫아야 한다. 지퍼 가운데로 닫으면 배낭이 벌어지거나 비가 올 때 물이 들어갈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은 산행 시작 전에 한 번 더 점검해야 한다.

등산복의 지퍼를 적절히 활용하라. 보통 등산복 상의가 차이나 네크 스타일로 목이 올라와 있는 것은 추울 때 체온을 지키기 위해서다. 목을 덮어주면 사람은 따뜻한 느낌을 받는다. 반대로 더위에 따라 지퍼를 내려주면 체온 조절이 편리하다.

내복은 폴리에스테르 소재가 좋다. 여성의 경우 스포츠 브래지어는 몸을 조여 불편하다. 트레킹용은 약간 느슨해야 한다.

챙이 긴 야구모자는 바위산에서 시야를 가리므로 위험하다. 고어텍스 모자도 한여름에는 더위를 감당하지 못한다. UV 차단 기능이 있는 통기성 좋은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

      

>> 트레킹에는 이런 음식이 좋다

산에서는 먹었을 때 바로 흡수되어 기운이 나게 하며 가볍고 부피가 작고 쉽게 상하지 않는 음식이 좋다. 이런 행동식으로는 당질이 풍부한 초콜릿, 사탕, 건포도 등이 있다. 또 포만감도 있으면서 에너지로의 변환이 빠른 곶감, 양갱, 약과, 미숫가루 등도 권할 만하다.

물을 마실 때는 한꺼번에 많이 마시는 것보다 조금씩 나눠 마시는 게 좋고 체내 흡수가 빠르며 염분, 미네랄 등이 고루 함유된 스포츠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도 좋다. 산행 당일 아침 식사는 반드시 해야 한다. 특히 50~60대는 더욱 그러하다. 나이가 들수록 음식을 먹고 열량이 생겨야 산행할 힘이 난다. 간단하게 우유와 빵을 먹는 정도로는 산행시 필요한 열량을 감당하기에 부족하므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해야 한다.

>> 몸에 좋은 산행 잔소리

산행 전에는 스트레칭을 해서 근육을 풀고 올라가는 것이 부상 방지에 좋다. 스트레칭을 할 때 과거 국민체조처럼 반동에 의한 체조는 삼가고, 천천히 몸을 밀어주며 정지해야 근육이 더 효과적으로 풀린다. 등산잡지나 인터넷을 통해 산행 전 대상지 코스를 확인하고 지도와 나침반을 준비한다. 없을 경우 들머리의 산행 안내판에서 갈 코스를 반드시 숙지하고 간다.

산행 시작 후 30분은 산의 기를 받는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산행시 스틱을 제외한 어떤 물건도 들고 있으면 안 된다. 손은 자유로워야 어떤 지형이나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배낭 끈을 잡고 걷지 말라. 그러면 걸을 때 균형이 안 잡혀 더 힘들다. 배낭 끈을 잡고 걷는 것은 과거 대학산악부에서 훈련시 배낭이 너무 무거워 임시 방편으로 쓰던 것이다.

조망을 볼 때는 제자리에 서서 본다. 50대 이상은 가급적 낭떠러지처럼 위험한 곳 끝에 서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현기증이 나 추락할 수도 있다. 50대 이상은 지나치게 체력을 과신하지 마라.


스틱 사용법

1. 지팡이 모양의 T자형 스틱은 상종하지 마라. T자형 스틱은 내리막길에서 균형을 잡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몸을 숙이게 만들어 아래쪽으로 쏠리게 한다. 또 손목에 과도한 힘이 들어가고 팔꿈치 등 관절에 무리를 주게 된다.

2. 스틱은 손잡이보다 끈이 중요하다. 손잡이 끈 아래에서 손을 넣어 바로 펴서 잡으면 운행시 스틱을 꽉 잡고 있을 필요가 없고 어떤 길을 만나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3. 40대 이상의 나이로 1주일에 한 번 이상 산을 타는 사람은 스틱 2개를 사용하는 게 낫다. 하나만 사용하면 힘이 한쪽으로 쏠리고 몸의 균형을 잃을 수 있다.

4. 내리막에서는 스틱으로 밑을 먼저 짚어 하중을 분산시키면 무릎의 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내려갈 지점에 두 개의 스틱을 먼저 짚고 체중을 기대듯 하며 내려오면 무릎으로 전해지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내려올 때는 스틱 길이를 올라갈 때보다 길게 하자.

▲ 스틱을 잡는 바른 방법.

트레킹 명강사 윤치술

“산은 편안하고 행복한 곳임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윤치술(51)씨는 10년 이상 트레킹만 전문적으로 강의한 트레킹 전도사다. 고어코리아와 밀레 같은 아웃도어 회사에서도 그를 영입, 트레킹 전문강사로 활동한 바 있다. 지금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대산련 등산교육원이 주관하는 ‘찾아가는 트레킹스쿨’의 스쿨장을 맡고 있다.

그는 등산이란 말을 싫어하고 트레킹이란 말을 좋아한다. 등산이라 하면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는 뉘앙스가 풍기기 때문이다. 트레킹은 남아프리카 원주민이 소달구지를 타고 산길을 이동한 데서 유래된 말로 가파른 경사를 오르는 등반(climbing)과 달리 능선을 따라 완만한 경사를 걷는 산행이다.

“뭔가 해치우려는 듯이 미친 사람처럼 산에 오르는 이들을 보면 딱해요. 오도된 산문화 탓이죠. 그런 사람들은 산에 오를 자격이 없어요. 산 너머 흘러가는 한 조각 구름에도 감동하고 한 줄기 바람에 흔들리는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사람만이 자격이 있어요.”

그는 트레킹(trekking)에 인생을 건 사람이다. 오랜 세월 동안 트레킹 외길을 걸어왔으며 트레킹스쿨 외에도 2001년부터 백두산 트레킹 전문여행사 ‘백두산닷컴’을 운영하고 있다. 윤 강사는 트레킹의 본질은 편하고 즐거워야 한다고 믿는다. 산의 품에 들어가 산과 함께 교감할 수 있을 때 진정 산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윤씨의 별명은 원래 ‘까칠이’였다. 산행을 하면서 가르쳐준 대로 하지 않고 ‘산행상식’을 어기는 일행에게 가차없이 잔소리를 해대기 때문이었다. 배낭을 바짝 올려 메라거나 보폭을 줄여라, 지그재그로 올라가라, 속도를 낮춰라, 앉아서 쉬지 말고 서서 쉬어라 등등. 그래서 때론 백두산 호랑이란 뜻에서 ‘백호’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엄하면서도 즐겁게 해준다고 해서 누군가 호랑이 대신 ‘호랑말코’로 풀이한 것이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그의 배낭엔 언제나 하모니카와 우크렐레(작은 기타)가 들어 있다. 산행 중 쉬는 틈에 노래를 부르며 교육생과 여행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거친 외모와는 달리 노래할 때 그의 음성은 가수라 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노래 레퍼토리도 100여 가지가 넘는다. 백두산 천지와 고요한 숲속에서 그의 목소리와 기타, 하모니카 소리가 어우러지면 산행으로 들떠 있던 마음이 편안해진다.

“현대인은 가슴속에 여러 가지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이를 치료하는 가장 좋은 약이 트레킹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에서 노래하는 것도 하나의 치료요법으로 잃어버린 감성을 찾는 과정입니다. 등산인구 1500만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의 산행문화는 너무 무지합니다. 트레킹스쿨을 통해 산은 편안하고 행복한 곳이란 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고산 등반가가 아닌, ‘저산 입산인’을 자처하는 윤치술 강사. 그의 교육 목표는 ‘배우는 산, 느끼는 산’이다. 그가 있어 안전하고 행복한 산행을 즐기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 같다.


/ 글 신준범 기자
  사진 이구희 기자
출처 : 윤치술 해피트레킹
글쓴이 : 올리비아(박은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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