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등산화 | 컨슈머리포트 ]등산화 품질 검사 “등산의 전문성 감안하지 않은 비전문가적 비교”K-컨슈머리포트 등산화 품질 판정에 문제 있어 월간산 글·신준범 기자 입력 2012.05.14 10:50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한국판 컨슈머리포트 1호로 등산화 품질 비교 결과를 발표했다. K2·코오롱·노스페이스·블랙야크·트렉스타, 모두 5개 브랜드의 품질 비교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컨슈머리포트는 미국 소비자단체 '소비자연맹(컨슈머 유니언)'이 발행하는 월간지다. 광고나 기업 협찬 없이 제품을 직접 구매해서 테스트 결과를 발표한다. 소비자에게는 현명한 소비를 위한 객관적인 나침반이나 마찬가지다.
컨슈머리포트 위력은 독립성과 전문성에서 나온다. 민간단체가 운영하므로 정부 간섭에서 자유롭다. 재원은 잡지 구독료와 소액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정부나 기업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고도의 전문성도 확보했다. 뉴욕주 융커스 본사에 50여 개 실험실과 코네티컷주에 자동차 실험센터를 갖추고 있다. 전문가를 포함한 600여 명의 직원이 제품을 실험하고 분석한다. 소비자 신뢰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판 컨슈머리포트는 첫 시작부터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조사 대상을 지나치게 한정했다는 비판이 아웃도어 업계에서 나왔다.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5개 등산화 브랜드만 품질을 비교했다. 일반 등산용과 둘레길용 각각 5개 제품씩 총 10개를 시험했다. 비교 대상을 5개 업체로 한정한 것이다. 소비자원은 선정 기준으로 '청계산·북한산·수락산·관악산 등산객 924명을 대상으로 그들이 착용한 상위 브랜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924명에 대한 조사란 직접 한 것이 아니라 2011년 5월 20일자 한 경제지가 '폭발하는 아웃도어 시장'이라는 기사에 낸 것 그대로였다. 기자 12명이 산 입구에서 3시간 동안 등산객이 신은 등산화 브랜드를 조사한 것이다. 이번 비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는 "시장점유율 1~3위는 이견이 없는데 4위부터는 업체마다 다르게 본다. 그만큼 매출액 차이가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아웃도어 업계에서 1년이면 빅3를 제외한 나머지는 순위가 충분히 뒤바뀔 만한 시간"이라며 브랜드 선정방식에 불만을 나타냈다.
'철판 위에서 접지력 검사'는 넌센스
조사 대상에 선정된 브랜드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일반 등산화에서 상대적으로 무거운 중등산화와 경등산화를 같은 '일반 등산화'로 놓고 비교한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무게가 무겁다는 이유로 점수가 깎인 업체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다. 마치 오프로드용 지프차를 고속도로에 놓고 세단과 속도 경쟁을 시킨 후 세단이 더 성능이 좋다고 결론짓는 셈이라는 것이다. 한국 컨슈머리포트가 내 놓은 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담고 있다.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의 등산화에 대한 품질 시험 결과, 치수가 제각각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수는 동일부위 최대 10.5mm나 차이가 나, 등산화를 선택할 때는 다양한 제품을 직접 신어보고 구입하도록 한다. 이번 시험 결과 일반용 등산화 제품 가운데 기능성과 내구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무게가 가벼운 제품을 추천상품으로 선정했다. 반면 둘레길용 제품 중에는 추천상품이 없었다.'
결과를 보면 무게가 결정적인 추천 요인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장거리 산행 시는 외려 신발에 좀 무게가 있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 산악인 일반의 경험이고 보면 이러한 기준에는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또한 가벼운 것은 그만큼 얇다는 뜻이기도 해, 보온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소비자원은 등산화 조사를 위해 외부 전문가는 교수를 비롯해 소비자단체 인사 등 5명에게 의뢰했는데, 등산과 관련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에 대해 소비자원 한은주 차장은 "산악인의 경우 특정 브랜드에 치우칠 수 있어 배제했다"며, 등산화를 테스트하는 데 등산 전문가들의 얘기를 듣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계용 중등산화와 경등산화를 같은 선상에 놓고 검사한 것에 대해 소비자원 한은주 차장은 "해당 업체들에게 '품질 테스트를 할 테니 초보자에게 권할 만한 당일 산행용 등산화를 선정해 달라', 그리고 '둘레길 걷기에 용이한 신발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고 해당 업체에서 추천해 준 제품을 백화점에 가서 구입했고 영수증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거리 등산화는 좀 무거운 것이 좋은데…
품질 테스트는 한국신발피혁연구소를 통해 이뤄졌다. 여러 항목을 놓고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미끄럼 저항은 건조한 철판과 습기가 있는 철판에서 미끄럼 정도를 평가했다. 이렇듯 바위나 흙을 밟고 다니는 등산화를 철판에 놓고 평가했다는 것은 잘 이해되지 않는 점이다. 바위에서 접지력이 좋은 신발도 흙에서 미끄러지고, 반대로 흙에서 접지력 좋은 신발이 바위에서는 잘 미끄러지기도 한다. 바닥에 요철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이와 같이 달라진다. 이러한 특성이 있는 등산화를 철판에 놓고 검사했다는 것은 검사자들이 등산을 모르는 비전문가들임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결론을 내는 데만 급급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에 대해 소비자원은 "한국신발피혁연구소의 KSKISO 기준에 의해 측정했다"고 말했다.
내마모성은 '바닥창이 쉽게 닳지 않는지 여부를 평가한다'고 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인지 밝히지 않았다. 내굴곡성 항목은 '착용 중 반복적으로 접히고 펴지는 부위의 손상을 확인하는 평가'이며 끈고리 부착강도와 접착 박리강도, 내수성 항목을 평가했다. 평가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품질 판정이 달라질 텐데 구체적인 검사방법은 밝히지 않아 성적이 저조한 업체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둘레길용 등산화의 경우 추천 제품이 없다고 밝혔는데 내용을 보면 K2 로타르의 경우 '무게가 가장 무거워 추천에서 제외, 품질은 전체적으로 우수, 내수성 갖춤'이라 평했다. 역시 무게가 품질을 판정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는 신발연구소 기준이지, 등산객의 기준은 아니다.
둘레길이라 해도 도시보다 거친 자연환경임은 분명하다. 흙도 있고 바위도 있다. 제주올레의 경우 일반 산의 너덜지대보다 더 큼직한 바위를 지나는 해변길도 많다. 밑창이 얇거나 소재가 부드러워 무게가 가벼운 신발은 당장은 가벼워도 2시간 이상 보행 시 발의 피로도가 높다. 오히려 제대로 된 밑창과 중창을 갖춘 약간 무게 있는 신발이 디딜 때의 충격을 최소화시켜 피로도가 덜하다. 이런 점들은 산행을 여러 번 해본 경험이 있지 않고선 알기 어렵다.
이번 등산화 품질 평가가 한국 컨슈머리포트의 첫 번째 결과물임을 감안하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다만 야외활동 형태나 등산화의 종류가 워낙 다양해져 단순한 몇 가지 기준으로 제품을 비교하면 자칫 잘못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할 수 있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를 돕기 위해 기업들의 제품을 놓고 비교한 건 국내 언론도 쉽게 할 수 없는 용감한 시도임은 분명하다. 검사 결과 그동안 소비자들이 간과했던 부분을 잘 짚어낸 부분도 있었다. 등산화 치수를 조사한 결과 같은 사이즈라고 해도 발 길이, 발 넓이, 둘레에서 동일 부위 최대 10.5mm까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냈다. 이를 통해 발이 넓은 사람에게 좋은 등산화와 좁은 사람에게 좋은 등산화로 구분해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게 했다.
신발에 사용된 섬유가 화학검사를 통해 피부에 무해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번 조사를 위해 투입된 인원은 외부 전문위원 5명을 포함해 10명이 전부였다. 예산은 4,000만 원이 쓰였다.
객관성 확보를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맡겨 내마모성과 미끄럼 저항, 내수성 등을 비교한 시도는 의미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의 합리적인 소비를 돕기 위해 조사하는 것이라면 국민이 더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아야 했다. 등산인구 1,000만 명 시대를 넘긴 지 수년이 흐른, 나름 등산 전문가들이 주변에 널린 상황에서 등산 관련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등산화를 평가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수치로만 등산화를 모두 평가할 순 없다. 등산화는 오래고 다양한 사용 경험자의 체험에 바탕을 두어 평가해야 한다. 향후 아웃도어 제품 조사 시 등산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일반인들이 좀 더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 [월간산]등산인들이 등산화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접지력이다. 철판에서 접지력을 테스트해 그 결과로 등산화를 추천하는 건 납득이 어렵다. |
하지만 한국판 컨슈머리포트는 첫 시작부터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조사 대상을 지나치게 한정했다는 비판이 아웃도어 업계에서 나왔다.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5개 등산화 브랜드만 품질을 비교했다. 일반 등산용과 둘레길용 각각 5개 제품씩 총 10개를 시험했다. 비교 대상을 5개 업체로 한정한 것이다. 소비자원은 선정 기준으로 '청계산·북한산·수락산·관악산 등산객 924명을 대상으로 그들이 착용한 상위 브랜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924명에 대한 조사란 직접 한 것이 아니라 2011년 5월 20일자 한 경제지가 '폭발하는 아웃도어 시장'이라는 기사에 낸 것 그대로였다. 기자 12명이 산 입구에서 3시간 동안 등산객이 신은 등산화 브랜드를 조사한 것이다. 이번 비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는 "시장점유율 1~3위는 이견이 없는데 4위부터는 업체마다 다르게 본다. 그만큼 매출액 차이가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아웃도어 업계에서 1년이면 빅3를 제외한 나머지는 순위가 충분히 뒤바뀔 만한 시간"이라며 브랜드 선정방식에 불만을 나타냈다.
'철판 위에서 접지력 검사'는 넌센스
조사 대상에 선정된 브랜드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일반 등산화에서 상대적으로 무거운 중등산화와 경등산화를 같은 '일반 등산화'로 놓고 비교한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무게가 무겁다는 이유로 점수가 깎인 업체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다. 마치 오프로드용 지프차를 고속도로에 놓고 세단과 속도 경쟁을 시킨 후 세단이 더 성능이 좋다고 결론짓는 셈이라는 것이다. 한국 컨슈머리포트가 내 놓은 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담고 있다.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의 등산화에 대한 품질 시험 결과, 치수가 제각각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수는 동일부위 최대 10.5mm나 차이가 나, 등산화를 선택할 때는 다양한 제품을 직접 신어보고 구입하도록 한다. 이번 시험 결과 일반용 등산화 제품 가운데 기능성과 내구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무게가 가벼운 제품을 추천상품으로 선정했다. 반면 둘레길용 제품 중에는 추천상품이 없었다.'
↑ [월간산] |
소비자원은 등산화 조사를 위해 외부 전문가는 교수를 비롯해 소비자단체 인사 등 5명에게 의뢰했는데, 등산과 관련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에 대해 소비자원 한은주 차장은 "산악인의 경우 특정 브랜드에 치우칠 수 있어 배제했다"며, 등산화를 테스트하는 데 등산 전문가들의 얘기를 듣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계용 중등산화와 경등산화를 같은 선상에 놓고 검사한 것에 대해 소비자원 한은주 차장은 "해당 업체들에게 '품질 테스트를 할 테니 초보자에게 권할 만한 당일 산행용 등산화를 선정해 달라', 그리고 '둘레길 걷기에 용이한 신발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고 해당 업체에서 추천해 준 제품을 백화점에 가서 구입했고 영수증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거리 등산화는 좀 무거운 것이 좋은데…
품질 테스트는 한국신발피혁연구소를 통해 이뤄졌다. 여러 항목을 놓고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미끄럼 저항은 건조한 철판과 습기가 있는 철판에서 미끄럼 정도를 평가했다. 이렇듯 바위나 흙을 밟고 다니는 등산화를 철판에 놓고 평가했다는 것은 잘 이해되지 않는 점이다. 바위에서 접지력이 좋은 신발도 흙에서 미끄러지고, 반대로 흙에서 접지력 좋은 신발이 바위에서는 잘 미끄러지기도 한다. 바닥에 요철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이와 같이 달라진다. 이러한 특성이 있는 등산화를 철판에 놓고 검사했다는 것은 검사자들이 등산을 모르는 비전문가들임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결론을 내는 데만 급급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에 대해 소비자원은 "한국신발피혁연구소의 KSKISO 기준에 의해 측정했다"고 말했다.
내마모성은 '바닥창이 쉽게 닳지 않는지 여부를 평가한다'고 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인지 밝히지 않았다. 내굴곡성 항목은 '착용 중 반복적으로 접히고 펴지는 부위의 손상을 확인하는 평가'이며 끈고리 부착강도와 접착 박리강도, 내수성 항목을 평가했다. 평가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품질 판정이 달라질 텐데 구체적인 검사방법은 밝히지 않아 성적이 저조한 업체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 [월간산] |
둘레길이라 해도 도시보다 거친 자연환경임은 분명하다. 흙도 있고 바위도 있다. 제주올레의 경우 일반 산의 너덜지대보다 더 큼직한 바위를 지나는 해변길도 많다. 밑창이 얇거나 소재가 부드러워 무게가 가벼운 신발은 당장은 가벼워도 2시간 이상 보행 시 발의 피로도가 높다. 오히려 제대로 된 밑창과 중창을 갖춘 약간 무게 있는 신발이 디딜 때의 충격을 최소화시켜 피로도가 덜하다. 이런 점들은 산행을 여러 번 해본 경험이 있지 않고선 알기 어렵다.
이번 등산화 품질 평가가 한국 컨슈머리포트의 첫 번째 결과물임을 감안하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다만 야외활동 형태나 등산화의 종류가 워낙 다양해져 단순한 몇 가지 기준으로 제품을 비교하면 자칫 잘못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할 수 있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를 돕기 위해 기업들의 제품을 놓고 비교한 건 국내 언론도 쉽게 할 수 없는 용감한 시도임은 분명하다. 검사 결과 그동안 소비자들이 간과했던 부분을 잘 짚어낸 부분도 있었다. 등산화 치수를 조사한 결과 같은 사이즈라고 해도 발 길이, 발 넓이, 둘레에서 동일 부위 최대 10.5mm까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냈다. 이를 통해 발이 넓은 사람에게 좋은 등산화와 좁은 사람에게 좋은 등산화로 구분해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게 했다.
신발에 사용된 섬유가 화학검사를 통해 피부에 무해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번 조사를 위해 투입된 인원은 외부 전문위원 5명을 포함해 10명이 전부였다. 예산은 4,000만 원이 쓰였다.
↑ [월간산] |
수치로만 등산화를 모두 평가할 순 없다. 등산화는 오래고 다양한 사용 경험자의 체험에 바탕을 두어 평가해야 한다. 향후 아웃도어 제품 조사 시 등산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일반인들이 좀 더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출처 : 정보가 가득~~
글쓴이 : 은빛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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